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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장기여행을 하게 되면서 제주에 눈을 떴던 저는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께서 결혼 전에 결혼자금을 벌기 위해 캐디 일을 하셨어서 유학자금 같은 큰 돈이 필요하면 캐디 일을 해보라고 조언해주셨었어요. 그래서 연고 하나 없는 제주도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1. 무슨 일을 하나?

 

 골프 라운딩을 위해 준비-진행-마무리를 하는 것이 캐디의 일입니다. 

 

 그 날 그 날 팀수, 본인 순번에 의해 자신의 스케쥴이 정해집니다. 이에 따라 4-5시간 소요되는 라운딩을 1번 돌지 2번 돌지 쉬게 될지 전날 공지를 통해 받습니다. 여기서 순번이란 80명의 캐디가 있다면 각자 자신의 순서가 정해져 있어요. 실제로 번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순서가 바뀌지 않습니다. 캐디 생활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스케쥴을 받으면 1시간 전에 (신입은 1시간 30분 전) 출근을 해서 세팅을 시작합니다. 식사를 제공하는 골프장이라면 이보다 일찍 와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겠죠. 출근 후엔 고객들의 명단은 나왔는지 확인하고, 백이 제 시간에 왔으면 본인의 카트에 배치를 합니다. 백마다 들어있는 클럽을 모두 확인하고 카트에도 라운딩에 필요한 캐디준비물(버디나비, 커피, 물, 컵, 홀인원주머니, 마크, 티 등등)을 체크합니다.

 

 준비가 되면 시간에 맞춰 대기장소에서 고객들을 만납니다. 제 시간에 모두 도착하면 같이 필드로 이동하고 간단한 골프장(골프클럽)에 대한 설명을 드립니다. 거리를 야드로 표시하는지 미터로 표시하는지, 우리 골프장만의 특수한 룰이 있는지, 오늘 진행 속도는 어떠한지 등등에 대해서요. 라운딩 한 번은 18홀 기준입니다. 한 홀에서 고객이 티샷(처음 치는 샷)을 칠 때 캐디는 그 공이 어디로 가는지 파악을 합니다. 이렇게 4명의 골퍼가 티샷을 마무리하면 세컨샷(두번 째 치는 샷)하는 위치로 카트를 타고 이동해서 앞으로 남은 거리를 불러드리고 고객 각각에게 맞는 클럽을 추천합니다.(이는 첫번째 홀에서는 파악하기 어렵고 홀이 몇 번 지나다 보면 경력캐디들을 파악을 합니다. 신입캐디는 공 찾기에도 바쁜 게 함점) 그렇게 홀(공을 넣는 구멍)이 있는 그린(홀이 있는 지름 20-30m 구역, 공이 잘 구르는 잔디가 깔려있다.)까지 모든 골퍼가 도착을 하면 퍼터(공을 때리는 채가 아닌 굴리는 채)를 나눠드리고 라이(공에서 홀까지의 기울기)를 봅니다. 공이 있는 지점에서 홀까지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왼쪽이 더 높은지 오른쪽이 더 높은지, 그 차이는 홀컵 하나 정도인지 볼 하나 정도인지요.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경력 캐디들도 헷갈리 때가 많아요.

 

 이게 한 홀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캐디의 일이고 이렇게 샷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한 홀을 마무리할 때 스코어를 적습니다. 4명의 골퍼들이 각각 몇 번 씩 샷을 했는지 적는 일입니다. 이걸 4시간-4시간 30분동안 18번 하는 겁니다.

 

 라운딩이 끝나면 클럽이 모두 제자리에 있는지 체크하고 스코어 카드를 드리고 다시 클럽백을 올려보내고 카드청소를 합니다.

 

 캐디는 이렇게 골프 라운딩에서 그 골프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골프에 관해 전문적인 조언을 하는 일입니다.  

 

멀리서는 홀이 안 보이기에 이렇게 깃발로 홀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이 둥그런 잔디가 가장 짧은 부분이 그린

2. 계속 일하고 싶은 장점?

 

*  본인이 일한 부분에 대한 페이가 확실합니다. 본인의 급여가 [라운딩 횟수] X [캐디피(2020 기준 12, 13만원)]에 팁을 현금으로 직접 받습니다. 우리 나라에 몇 안되는 팁 문화가 이 직종에 있습니다. 이는 본인의 서비스 응대 능력에 따릅니다. 4대 보험은 안 되는 직종이기에 저 금액이 모두 실수령액입니다. 

 

* 스케쥴 변경이 용이한 곳이라면 본인의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해가 떠 있을 때 즐기는 스포츠이기에 여름은 6시-7시, 겨울은 7시-6시 시간대에서 1회 라운딩 기준으로 6시간 근무를 언제할지 대략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든 분들은 오후에 아이들을 돌보는 아이맘들은 아이 시간에 맞출 수 있죠.

 

* 지역 이동이 가능하다. 한 번 기술을 익히면 지역에 크게 구해 받지 않고 이직이 가능합니다. 타지역에서 온 캐디들에게는 기숙사 제공을 해주기도 합니다.

 

* 골프를 배울 수 있다. 복지차원으로 한가한 시간에는 캐디들끼리 무료로 라운딩을 할 수 있습니다.

 

* 겨울 휴가가 보장됩니다. 제가 일하는 제주도는 눈이 잘 안 와서 휴장기간이 따로 없지만 보통 육지같은 다른 지역들은 더 깊은 산에 골프장이 위치하고 있어 골프장이 전체적으로 쉽니다. 며칠이 아닌 몇 주는 되는 기간입니다. 휴장비를 지원해주는 골프장도 있습니다.

 

홀마다 100-400m 정도 길이가 다양합니다

 

3. 퇴사 충동 일어나는 단점?

 

* 육체적으로 지칩니다. 4-5시간의 라운딩 동안 카트를 타기도 하나 쉼 없이 움직이고 머리 속으로는 스코어 계산 거리 계산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라운딩을 두 번씩 도는 날에는 짬 날 때마다 계속 간식을 챙겨 먹어도 포만감이 들지 않았었어요.

 

* 스케쥴이 유동적인만큼 식사 시간도 불규칙적입니다. 아침 식사를 새벽 5시에 할 때도 아침 9시에 할 때도 있었고 라운딩 사이 시간이 촉박해 점심 식사를 급히 먹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특히 제가 다닌 골프장이 스케쥴 변경이 절대 안되는 곳이어서 이 부분이 더욱 심했습니다.

 

* 사람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인 서비스업부터 모든 직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서비스는 팁을 받고 기본적인 예의범절만 지키는 정도면 큰 마찰은 없습니다. 대신 신입캐디의 경우 왠만한 아마추어골퍼보다 미숙한 부분이 많기에 서비스 때문보다는 일 때문에 고객 상대가 더 어렵습니다. 교육을 받는다지만 한 두달로는 택도 없어요. 신입 첫 1년 동안은 본인이 공부하고 노력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 실력도 늘지도 않고 계속 컴플레인 들어옵니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은 합니다. 이는 제주의 특성도 반영된 부분인데 제주도민이 아닌 이상 고객들을 골프를 치러 제주도까지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입니다. 골프 라운딩 시간을 계산해서 여행 계획을 다 짰는데 왠만한 비, 눈으로 캔슬하지 않습니다. 일부 골퍼들은 이 것도 나름 추억이라며 즐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비를 입어도 속옷까지 다 젖고 강추위에 얼어버린 클럽 관리에 바쁩니다. 일이 늘어요.

 

* 자외선 노출에 취약하다. 여름에 모자, 장갑, 내의로 얼굴 빼고는 모든 피부를 가리지만 여전히 얼굴과 손은 많이 탑니다. 저는 일할 때 우스갯소리로 피부를 팔아서 돈을 번다는 말도 했었어요. 피부에 신경 쓰는 분들은 일해서 번 돈을 피부과에다 또 쓰시곤 했으니까요.

 

* 4대 보험이 안 됩니다. 상해 보험은 회사에서 들어주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캐디는 개인사업자로 보시면 됩니다. 세금 안 낸 돈으로 따로 노후를 준비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 연차에 따른 임금인상이 없다. 물가에 따라 캐디피는 오르지만 1년차 캐디나 10년차 캐디나 기본급이 같습니다. 대신 10년차 캐디분들은 일을 보다 수월하게 하고 팁을 더 많이 받겠지요.

 

처음 샷할 때 쓰는 플라스틱 티

 

4. 일은 어떻게 구하나?

 

 저는 제주도 특성상 제주도 커뮤니티를 이용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제주 섬 이외 북한과 붙어있는 부분을 육지라고 부르는데요. 육지에서는 사람인, 알바천국 등 다양한 사이트들을 위주가 있고 거기에 제주는 제주생활게시판(구 제대게시판)이라는 커뮤니티를 하나 더 이용하면 좋습니다. http://jejugesipan.com/

 

제주생활게시판

제주생활게시판, 구인, 구직, 팝니다 등 제주커뮤니티. 제주생활게시판닷컴, 제주게시판닷컴, 제주게시판, 오일장, 교차로

jejugesipan.com

 전에는 이 커뮤니티가 제주도에서 가장 큰 제주대학교의 게시판으로 있었는데 그 때부터 대학생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기본 교육은 1-2달 정도로 생각하고 이는 필수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인은 골프장에서 직접채용하고 있고 알바천국은 교육업체에서 알선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교육이 제대로 이수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고 가시면 됩니다. 

 

퍼터 들고 라이, 기울기 보는 골퍼

 

5. 다랑쉬 총평

 

 많은 분들이 캐디는 서비스직이라고 알고 있지만 만만 찮은 정보력이 필요한 전문직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본인이 하는만큼 페이가 따라오기에 이 일이 아주 정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희롱, 성추행은 캐디여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여자여서 일어나는 정도입니다. 본인이 아직 전문직으로 할만한 기술이 없거나 빚이 많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데 자금이 부족하거나 하는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20대 초반은 요새는 취업을 시작하지도 않지만 제가 근무할 당시 20대 초반이던 친구는 1년 반 꼬박 일해서 모은 돈으로 중형차를 현금으로 사더군요. 빚더미에 허덕이던 분들은 그 빚 모두 청산하고 가족 관계도 좋아진 모습 봤습니다. 저는 1년동안 저축한 돈으로 여행하고 또 워킹홀리데이 자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교육 기간 포함한 1년의 근무기간이 끝났을 때 남은 돈이 2700이었어요. 저는 교육을 두 차례 받아 3개월동안 받았었습니다.

 

 대신 체력관리, 운동 꼭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골프 치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저는 돈만 모으겠다는 일념하에 지출을 최소화했는데 결국 몸이 망가져 계획보다 일찍 퇴사해야했습니다. 생각했던만큼의 돈은 모았으나 건강을 크게 잃었었어요. 몸 관리 잘하고 골퍼의 관점을 이해하면서 일하시면 좋은 캐디가 되실 거에요.

 

https://darangshi.tistory.com/7

그래도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이 글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골프캐디 Q&A

Q1. 골프라운딩이 4시간-4시간 반이라던데 그럼 근무시간도 그것뿐인가요? 이건 레스토랑 오픈 마감을 생각하면 같아요. 오픈이 10시면 직원들도 10시에 출근하나요? 그 가게가 8시에 문을 닫으면 직원들이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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